뱅크시의 법원 벽화 철거 논란, 문화재 보호가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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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런던 왕립법원 외벽에 새롭게 그린 벽화가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벽화에는 법복과 전통 가발을 착용한 판사가 법봉을 휘두르며 무방비 상태의 시위자를 가격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시위자는 피가 튄 피켓을 들고 땅에 쓰러져 있어, 작품은 사회적인 비판 메시지를 심각하게 전달하고 있다.

런던 왕립법원은 143년 된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역사적 건축물로 분류되며, 해당 건물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법원 측은 이 벽화가 원래의 건물 성격을 해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벽화는 검은 비닐로 가려져 있으며, 보안 요원과 감시 카메라가 배치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뱅크시는 이 작품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영국 런던 왕립법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작품은 최근 영국 정부가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팔레스타인 행동(Palestine Action)’을 테러방지법에 따라 금지 단체로 지정한 조치와 관련해 해석되기도 한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 공군 기지를 공격하여 군용기 두 대를 훼손했으며, 후에 법적으로 불법 단체로 규정되었다.

실제로 6일 런던 도심에서는 해당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약 900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시민단체 ‘디펜드 아워 주리스’는 이 벽화에 대해 “법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작용할 때, 저항은 계속된다”라고 평가하였다.

뱅크시는 1990년대 브리스톨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사회의 문제를 풍자하는 작업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그는 항상 익명으로 활동하며, 밤중에 작품을 남기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작품임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벽화 논란은 단순한 예술 작품의 철거가 아닌, 사회적 이슈 및 시민의 자유와 권리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철거 논란은 문화재 보호와 표현의 자유 간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앞으로의 후속 조치와 대중의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더 강하게 반영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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