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 청동 조각상이 중국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조각상에 사용된 구리는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채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자는 납 동위원소 분석 기법을 사용하여 사자상에 사용된 구리 광석의 지질학적 기원을 추적했으며, 이는 기존의 베네치아 사자상 기원에 대한 연구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이 날개 달린 사자 조각상은 디자인 면에서도 중화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해당 조각상이 중국 당나라 시대의 진묘수와 많은 유사한 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청동상이 이후 베네치아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모양이 수정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과정에서 사자의 뿔은 제거되었고 귀 모양도 짧아졌으며, 이는 성인 마르코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의 이미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날개 달린 사자는 9세기 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베네치아로 옮겨진 마르코의 유해와 함께 도시의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베네치아 시민들에게 심리적 및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하였다. 연구 공동 저자인 마시모 비달레는 “베네치아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도시지만, 이제 한 가지는 풀렸다. 성인 마르코의 사자는 중국산이며, 실크로드를 통해 베네치아에 도착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베네치아 사자상이 메소포타미아, 고대 페르시아, 혹은 그리스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에 도전하며, 더욱더 중요한 논의의 장을 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사자상이 베네치아에 유입된 경로와 관련하여, 유명한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가족이 몽골의 칸발리크, 현재의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 이 조각상이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며, 앞으로의 연구는 역사학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베네치아의 역사와 영혼을 재조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자칫 잊혀질 수도 있었던 다문화적 교류의 한 중요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베네치아가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복합적이며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은 도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