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아의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안에 반대하는 Z세대 주도의 대규모 시위가 불가리아 정치 지형을 흔들며 결국 로센 젤랴스코프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이는 유럽에서 Z세대의 정치적 움직임이 지도자 교체를 이끈 첫 사례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가리아 시민들이 참여한 시위는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안에 반발하여 시작되었으며, 정부는 초기 반발에 직면해 이달 초 해당 인상 계획을 철회했으나 민심은 멈추지 않았다. 시위는 수도 소피아를 포함한 여러 도시로 확산되었고, 최근 의사당 앞에는 수만 명이 모여 “진절머리가 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치인들의 비리를 성토했다.
분담금 인상안에 대한 반발은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정부 및 공공기관의 부패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된 유로화 도입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도 민심을 자극하였다. 불가리아는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였으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유로존 가입을 미룬 상태다.
이번 시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 시위의 주역이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공산 정권의 붕괴 이후의 혼란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며, 불가리아의 낮은 부패 인식 지수에도 불구하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SNS를 통해 모인 이들은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진행했으며, 의사당 앞에서는 정치인을 조롱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인플루언서와 배우들도 참여하여 시위에 대한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불가리아 민주주의연구센터의 마틴 블라디미로프 국장은 이번 시위가 권력을 장악해온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을 명확히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Z세대의 분노는 불가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네팔,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멕시코, 탄자니아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패와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지도자 교체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국의 위기 분석 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마리오 비카르스키는 “불가리아가 유로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재정 정책 관련 사안은 국제적인 평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불가리아 정치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