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비트코인(BTC) 채굴용 ASIC(특수 목적 집적회로) 제조업체 비트메인(Bitmain)이 미국 내 최초의 생산 시설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비트메인은 수개월 내에 미국에 자사 최초의 ASIC 제조 공장을 세울 예정이며, 2025년까지 텍사스주 또는 플로리다주에 새로운 본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글로벌 영업 총괄인 아이린 가오(Irene Gao)는 이번 투자 배경에 대해 미국 고객에 대한 배송 지연 및 수리 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비트메인은 2026년 초부터 칩 생산을 시작하고, 같은 해 말까지 대규모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아이린 가오는 “비트코인 지배력 확대를 추구하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의 기회가 중요하다”며, 생산라인 가동 초기 단계에서 250명의 현지 근로자를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직원들은 제조 기술 및 설비 유지 보수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비트메인의 행보는 독자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지난 6월 중순 이후로 비트메인을 포함한 카난(Canaan)과 마이크로BT(MicroBT) 등 주요 ASIC 제조사들이 미국 내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의 상호 관세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케임브리지대학교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메인은 글로벌 비트코인 ASIC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로BT와 카난은 각각 15%, 2%를 점유하고 있다. 이 3개 기업이 세계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메인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번 계획이 미국 내 ASIC 제조 경쟁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비트메인의 공장 설립은 단순한 생산 시설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암호화폐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산업의 변화와 발전 방향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