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금속의 동반 하락… 경제 불안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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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BTC)과 주요 금속들이 같은 날 급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그동안 ‘디지털 금’으로 불려온 비트코인이 구리와 함께 움직이며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 자산’처럼 반응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1월 3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78,000달러(약 1억 1,329만 원) 아래로 떨어졌고, 구리를 포함한 금, 은, 백금 등 원자재 가격 또한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구리는 사상 최고치인 톤당 14,500달러(약 2,106만 원)를 기록한 직후 4% 가량 급락했다. 이는 암호화폐와 금속 시장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이례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구리는 ‘닥터 커퍼(Dr. Copper)’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경제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최근 수년간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수요로 구리 수요가 증가했으나, 전반적인 거시경제 불안이 이러한 장기적 수요 전망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왑스페이스의 바실리 실로프 최고사업책임자(CBDO)는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을 포함한 무역 위협과 미국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역시 이러한 거시 경제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2025년 10월 12만 6,173달러(약 1억 8,331만 원)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 가격은 40% 가량 하락해 77,000~78,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과 구리의 상관관계는 더 뚜렷해졌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두 자산의 상관계수는 0.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구리의 상관관계가 항상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25년 말 ‘메탈 시즌’으로 불리는 시기에는 구리가 40% 이상 상승했으나 비트코인은 6% 하락했다. 이는 위험 자산 간의 움직임이 항상 동일한 방향으로 가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재 비트코인 거래소에는 새로운 자금 유입이 거의 없으며, 과거 고점 대비 거래소 내 비트코인의 이동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비트코인 ETF는 평균 매입가가 87,830달러(약 1억 2,754만 원)로, 현재 가격과 비교할 때 대부분 손실 구간에 있다. 최근 2주간 미국 비트코인 ETF에서의 순환매는 총 28억 달러(약 4조 664억 원)로, 사상 두 번째 규모의 주간 유출세를 기록했다.

현재 비트코인과 구리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구리는 광산 운영과 중국 제련소 가동 등 고유 변수에 좌우되는 반면, 비트코인은 경제 불안의 지표로 기능하며 새로운 역할을 탐색하고 있다. 다만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원자재 간의 상관관계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지위를 유지할지 아니면 ‘디지털 구리’에 더 가까운 자산으로 자리잡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AI와 차세대 인프라 수요에 따른 구리의 구조적 수혜는 분명하지만, 비트코인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것은 다시한번 위험 선호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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