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에미레이트 항공의 승무원이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재직 중 해고당하는 실태를 공개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승무원 A씨(38)는 6년 동안 관리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행 승무원으로서 외모에 대한 압박이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유니폼이 불편할 정도로 체중이 증가하면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했다”며, 이 프로그램에서 정해진 기한 내 체중을 감량하지 못할 경우 해고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에미레이트 항공에서는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립스틱 색상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유니폼 착용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행 전에는 손톱과 구두 상태까지도 점검 받았으며, 관리자들은 여성 승무원의 매니큐어 색상과 남성 승무원의 구두 상태까지 세심하게 확인했다고 A씨는 말했다. 유니폼이 살짝 끼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해당 승무원은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된 승무원들은 영양사와 함께 식단을 관리받으며, 주어진 기간 내에 체중을 감량해야 했다. 이 기간 내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비행 업무에서 아예 제외되거나 해고될 위험이 있던 것이다. A씨는 “상부로부터의 압박이 크고, 관리자들 자체도 감시를 당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강요는 일부 승무원들에게 극단적인 다이어트 및 요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으며, 실제로 한 승무원은 체중 감량 지시를 받을 때마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A씨는 항공사에서 시행하는 50세 강제 퇴직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이 직업은 신체적으로도 매우 힘든 일인데, 50세가 되면 퇴직을 강요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퇴직 이후에 대한 지원 체계도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근무한 또 다른 전직 승무원인 마야 두카릭은 “체중 감시원(weight police)”이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공항에서 승무원을 멈춰 세우고 체중 감량을 권고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로는 에미레이트 항공 팀 클라크 회장이 “나이가 많고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여성의 고용이 금지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강력히 부인한 이후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우리는 직원의 웰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승무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가 안전을 책임지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체중 관리에 대한 강압적인 시스템은 항공 업계 전반에 걸쳐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비행 승무원들의 노동 환경과 건강 문제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