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2011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코스피와 함께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등세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주식 이민’이라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각각 1306억원과 1653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식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8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도당하며 저점 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어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5일 미국 대선 소식과 함께 눈에 띄는 3% 가까운 하락을 맞이한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이상 상승했다. 올해 1월 이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1.50%나 올라간 반면, 삼성전자는 무려 28.39%나 하락하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피로감을 지적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정용택 리서치센터장은 “비용 최소화보다는 성장성에 주목하는 투자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테마가 대부분 미국 시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의 반도체 및 AI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8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뱅가드 S&P 500 ETF를 포함한 여러 미국 ETF를 대규모로 매수하며 미국 주식에 대한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이번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엔비디아가 가장 많이 보유된 종목으로 나왔다. 이는 전체 보관 금액의 16.5%를 차지하고 있으며,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대형 기술주도 인기가 높다.
신영증권의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수익률 높은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임을 예상했다.
이처럼, 미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부진은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투자 대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