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으며,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고, 순차입금이 실적의 7배로 급등하며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HD현대케미칼과 LG화학 역시 차입금 비중이 크게 증가하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의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및 HD현대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락 조건을 이미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AA등급(부정적)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은행 보증이 없는 두 개의 채권이 등급 하락 위기에 처해 있으며,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8.5배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의 7.4배에서 급격히 상승한 수치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해에 89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올해의 영업손실 전망은 2474억원으로, 이는 14개 증권사의 집계에 따른 것이다. HD현대케미칼 또한 A등급(부정적)에서 하향 조건을 충족했으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고 순차입금 의존도도 50%를 넘고 있다.
이와 같은 하향 기조는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도 확인되며,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의 최성종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다가오는 상반기 정기평정에서 실제로 등급이 하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LG화학도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이미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했으며, 국내에서도 하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3개년 평균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4.3배로 나이스신용평가의 하향 조건에 해당하고 있으나, EBIDTA 마진이 양호하다는 긍정적 요소도 고려되고 있다.
부실화 기업 현황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이후 매년 1~3개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부실화 기업 수가 2023~2024년에는 총 32개사로 급증했다. 이러한 기업들 중 27곳은 차입금 의존도가 50%를 초과하거나 부채 비율이 300%를 넘는 곳으로 확인되었다. HD현대케미칼의 부채 비율은 2019년 말 88.5%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32.8%로 급증했으며, LG화학의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94.7%로 소폭 상승하였다.
김동혁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2023~2024년 부실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성은재무적 위험 수용력이 매우 낮다는 점”이라며, “과중한 재무부담을 지닌 기업 중에서는 실질적으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