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정책 세미나에서 한국의 디지털 자산 관련 법의 지연이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을 뒤처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실물 자산의 토큰화가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한국이 심각한 낙후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주요국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을 뗀 반면,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법적 공백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디지털 금융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민병덕 의원은 세미나 개회사에서 “스테이블코인 금융시장은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며, “이제는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활용하고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종원 KBIPA 이사장은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 건의문을 작성하여 국회와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된 자산을 실제 시장 인프라로 연결하는 핵심 결제 수단임을 강조하며, 미국 국채 시장의 토큰화가 이미 11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3080억 달러이며, 그 중 95%가 달러와 연동되어 있는 상황이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 빠른 대응 현황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시행하여 은행 중심의 시장을 열었고, 싱가포르는 결제 서비스법을 개정하여 글로벌 발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홍콩 또한 스테이블코인 전용 법률을 시행하며 라이선스 심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지연으로 이와 같은 기회를 놓치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가 논란이 되어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기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하며, 속도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신속한 발행과 재정적 인프라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서상민 카이아재단 의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단순한 토큰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로 설계되어야 하며, 네트워크 접근, 토큰 스마트 계약, 발행 및 정산, 컴플라이언스 등 네 가지 레이어로 구성된 아키텍처를 제안하였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송금 소요 시간을 3분 이내로 단축하고 기존 금융망 대비 송금 비용을 87% 절감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였다.
결국, 한국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조속한 입법을 통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현실에 맞춘 적절한 정책 정착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세미나의 주요 메시지로 부각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