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액 자산가들이 현금을 보유하기 위한 금고 구매에 나서고 있다. 올해 시중 현금은 20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한 고액 자산가는 “주식과 부동산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안하다”며 “어느 정도의 안전자산을 확보해 두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화폐발행 잔액이 197조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 2월의 역대 최고치인 198조원에 근접한 수치다. 이는 중앙은행이 처리한 돈 중 은행에 머물지 않고 시중에서 사용되는 현금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많은 큰손들이 투자 대신 현금을 보유하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관세 조치와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시중 현금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까지 고액권의 환수율은 50%에 그치며, 많은 고액 자산이 금고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현금 비중은 4.1%에 달해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증가로 인해 금고 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다. 관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금고 수입액은 528만 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21년의 기록인 605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금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안전자산 선호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3~4월에는 개인 투자용 5년물 국채에 2300억원의 투자금이 몰리며 모집액인 1300억원을 초과했다. 안정성이 보장되는 국채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복리 재투자와 분리과세 혜택이 부각되고 있다. 또, 올해 1~4월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7180억원 어치의 금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80억원의 순매수액에 비해 급증한 수치로, 개인의 금에 대한 선호가 크게 증가하였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들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현상이 오늘날 경제 환경에서 나타나는 자산 분배의 중요한 측면임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현금을 확보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