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에서 국한 외의 초부유층에 대한 50% 상속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대다수 유권자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이 안건은 5000만 스위스프랑(약 914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 및 증여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투표의 결과, 유권자 약 80%가 이 법안을 반대하며 정부의 저조한 세율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투표율은 약 42%에 달했고, 최종 집계에서 80% 이상이 부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법안은 스위스 사회당의 청년 부문에서 제안한 것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상속세 부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약 2500가구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스위스에서 진행된 조세 관련 국민투표 중 이번 법안은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계는 이 법안이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해외로 유출시키고 기업의 이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스위스의 자산운용사인 롬바르 오디에의 프레데릭 로샤트 대표는 “스위스의 상식이 승리했다”고 평가하며 국민들이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투표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몇몇 국가들은 부유층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비거주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였고, 이탈리아는 외국 소득에 대한 세율을 5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의 변호사들은 이런 정책의 변화로 인해 일부 부유층이 스위스를 고려했지만, 이번 초부유층 상속세 법안의 영향으로 오히려 스위스를 떠나 이탈리아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에서 스위스가 우위를 잃지 않겠다는 결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스위스는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와 함께 글로벌 부유층의 ‘패밀리 오피스’를 유치하는 경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 또한 지나친 세금 부과가 안정적 자산의 거점으로서 스위스의 매력을 저해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또한,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남성에게만 적용되는 병역 의무를 여성에게까지 확대하는 법안도 함께 부결되었다. ‘시민 복무 이니셔티브’로 불린 이 안건은 여성도 군대나 민방위대 및 기타 형태의 국가 복무 의무를 이행하도록 제안했으나, 유권자의 84% 이상이 이를 반대했다.
특별한 조세 제도와 공정한 정책을 통한 경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스위스 국민들의 선택은 그들의 향후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