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 국왕, 69년 만에 동생 총기 사고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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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87)가 69년 전 동생 알폰소의 사망에 대한 총기 사고를 회고록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며 그동안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후안 카를로스는 1956년 당시 18세의 사관생도로서 포르투갈에 망명해 지내던 아버지를 방문하던 중, 14세의 동생과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발생한 이 불행한 사건에 대해 적었다.

사고는 후안 카를로스가 권총의 탄창이 비어 있다고 생각하고 장난을 치던 중, 약실에 남아 있던 단 한 발이 예기치 않게 발사되어 알폰소의 이마를 관통하게 되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동생은 아버지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며 그 충격적인 순간을 생생히 묘사했다. 사고 직후 아버지는 알폰소의 시신을 스페인 국기로 감싸며 애도했으며, 사고에 사용된 권총 역시 바다에 던져졌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금기시되었고, 그 후로도 공식적인 조사나 논의는 없었다.

후안 카를로스는 “동생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그의 죽음은 내 삶을 영원히 바꿨다”며 그로 인해 느끼는 깊은 상실감과 함께 “그가 살아 있었다면 내 삶은 훨씬 덜 불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얻은 상처가 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강조했다.

이 회고록은 후안 카를로스가 2014년에 왕위를 포기한 뒤 발표된 것으로, 그의 인생과 정치적 경로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그는 프란시스코 프랑코 체제 아래 왕위 후계자로 지명되어 1975년 즉위하게 되었으나, 말년에는 여러 부패 스캔들로 인해 명성이 크게 실추됐다. 현재 그는 아들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체류하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의 충격적인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과거와 화해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의 회고록은 개인의 고통을 통해 왕가의 역사와도 연결되며, 향후 스페인 사회와 정치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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