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러 정상들과 함께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은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반미(反美)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열병식은 3일 오전 9시(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되었으며, 70분 동안의 행사 중 예포 발사와 국기 게양식이 시행되었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메인 행사에 나란히 등장하며 내빈들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삼국의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서 함께 자리한 것은 1959년 이후 처음으로, 당시 마오쩌둥 주석,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김일성 북한 주석과 함께했던 자리와 동일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시진핑 주석은 전승절 연설을 통해 “인류는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군대 건설을 서두르겠다”며 “어떠한 괴롭힘에도 결코 겁먹지 않겠다”고 선언,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기에 ‘괴롭힘’이라는 표현은 미국을 명기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대중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전 세계의 대안적 국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중국 리더십 체제’의 우위를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이는 실제로 열병식에서 확인되는 경과와 일치하였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둥펑(DF)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 및 다양한 첨단 군사 자산을 공개하며 군사적 힘을 과시했다. 이들 무기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잠수함, 드론, 레이저 기반 방공 시스템 등이 포함되었다.
미국의 반응은 비교적 담담하게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중국의 전쟁에서 수많은 미국인이 희생되었다며, 시 주석이 이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또한 푸틴과 김정은에게 안부를 전하며, 지역 안보를 위해 밀착된 두 나라에 대한 경계의식을 내비쳤다.
미국은 군사적 경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타이폰’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첨단 무기 체계로, 관계국들 사이에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열병식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외에도 캄보디아, 베트남, 이란 등 26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하여 이를 더욱 부각시켰다.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행사에 참석하였다.
중국, 북한, 러시아의 동맹 강화 및 미국 견제의 의미가 깊은 이번 열병식은 향후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각국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