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재 정방교보생명 회장이 EY한영과의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EY한영이 교보생명의 지정감사인으로 선정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조치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신 회장과 대치 중인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행정 편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확대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 소식에 따르면, 신 회장은 EY한영과의 풋옵션 평가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외부 평가기관과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ICC(국제상업회의소)가 지난해 12월, 신 회장이 F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되사야 할 가격을 중재 판정 후 30일 이내에 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하루에 약 2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도 존재한다.
그에 따라, 신 회장측은 1월 22일에 EY한영을 풋옵션 행사가격 관련 외부 평가기관으로 선정했으며 이 사실을 재판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신 회장측은 풋옵션 가격 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밝히며, 2~3개월 후에 가격을 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12일 EY한영을 교보생명 지정감사인으로 선정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감사인 지정의 관례상,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로 인해 EY한영은 같은 회사의 다른 건을 수임할 수 없게 되며, 이로 인해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이 추가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Y한영은 2월 25일에 금융감독원에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지정감사인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고 통보하며, 지정감사인 업무를 맡을지 풋옵션 평가보고서를 맡을지를 깊이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EY한영이 3년 치 일을 의식해 지정감사인 선택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보생명은 제3의 평가기관을 선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FI 측에서는 신 회장이 의도적으로 EY한영과 계약을 체결하여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FI의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을 두고 약 5200억원을 투자한 IMM PE와 EQT가 신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의 의도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측은 “금감원이 EY한영을 지정감사인으로 지정할지를 미리 알지 못했다”며, 지연작전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의 결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감사 대상 기관이 많기 때문에 무작위로 감사기관을 지정한 후, 사후에 이를 조정하는 절차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미 1월 말에 EY한영을 풋옵션 가격 산정 기관으로 교보생명이 선정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금감원이 EY한영을 지정감사인으로 지정한 의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교보생명과 FI 간의 풋옵션 분쟁 해결 절차는 신 회장측의 제3 평가기관 선정, 풋옵션 가격 보고서 제출, 투자자 미동의 시 투자자 측이 제출한 세 곳의 기관 후보 중 신 회장이 선택하는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교보생명의 지분 구조와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향후 시장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