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초반부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중국 정부는 AI 및 반도체 분야의 자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 비런테크놀로지(비런테크)의 주가는 지난 9일 1.31% 상승한 34.06홍콩달러로 마감됐다. 비런테크는 지난 2일 상장 이후 6거래일 동안 공모가인 19.60홍콩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유지하며 누적 75% 이상 상승한 것이다. 비런테크는 중국의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로,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가 심화되었을 당시 엔비디아의 H100 GPU와 유사한 성능의 칩을 공개하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런테크의 뒤를 이어 상장된 중국 AI 기업들도 역시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일 상장한 즈푸AI는 공모가 대비 13.1% 상승한 131.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첫날부터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즈푸AI는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는 중국 생성형 AI 스타트업 6곳을 지칭하는 ‘AI 스타트업 육소호(六小虎)’의 대표주자로, 오픈AI의 경쟁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즈푸AI보다 하루 늦게 상장된 경쟁 업체 미니맥스의 주가는 상장 당일 공모가인 165홍콩달러 대비 105.2% 급등한 338.6홍콩달러로 마감되었다.
기존의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도 일제히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SMIC는 올해 들어 약 4% 상승했으며, 화훙반도체 역시 같은 기간 20% 이상 주가가 올랐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단기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변화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AI 생태계 전반의 자립을 산업 전략으로 설정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정책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율형 AI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인간의 개입 없이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전해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기술주 상장 행렬이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이 AI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예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이 잇달아 홍콩증시에 상장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 깊다. 과거 부동산 및 금융주에 치우쳤던 홍콩 증시는 현재 AI, 반도체, 바이오테크 등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홍콩은 본토 증시에 비해 상장 제도가 유연하고 국제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즈푸AI의 최고경영자(CEO) 장펑은 “홍콩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훌륭한 관문이자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중국 AI 기업들의 홍콩 상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알려진 쿤룬신(바이두의 AI 칩 설계 자회사)이 올 초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신청서 제출을 완료했으며, GPU 설계 업체 상하이 일루바타 코어엑스 반도체도 최근 홍콩증시 상장을 위한 공모주를 청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