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최근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암호화폐를 기존 자산과 구분된 독립된 자산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각각 별도의 위험 가중 모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급격한 가격 변동성과 기존의 위험 관리 모델의 한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연준이 공개한 스태프 워킹페이퍼 형태로 발표되었으며, 연구자들은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화 초기증거금 모델(SIMM)’이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IMM은 주식, 상품, 외환 등 전통 자산군에 대한 변동성과 상관관계를 측정하여 증거금 수준을 정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러한 자산군 중 어느 것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지 않으며, 변동성 또한 더욱 크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연구진은 비트코인(BTC), 바이낸스코인(BNB), 이더리움(ETH), 에이다(ADA), 도지코인(DOGE), 리플(XRP)과 같은 암호화폐를 변동성이 큰 ‘플로팅 암호화폐’로 분류하고,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페깅 암호화폐’로 각각 나눠 별도의 위험 가중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두 그룹은 각기 여섯 종목씩 묶여 새로운 벤치마크 지수를 구성하며, 이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과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보다 정밀한 위험 가중치를 산출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초기증거금은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핵심 안전장치로, 거래 상대방의 디폴트에 대비해 미리 예치되는 담보 자산을 말한다. 파생상품이 중앙청산소를 거치지 않는 경우, 특히 암호화폐와 같은 높은 변동성을 지닌 자산군은 더욱 많은 담보를 요구받는다. 연구진의 제안은 이러한 특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여, 금융 기관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다룰 때 필요한 규제와 리스크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암호화폐를 ‘고위험 자산군’으로 분류하려는 의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는 시장이 성숙해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과거에는 암호화폐가 금융 시스템에서 예외적으로 다루어지거나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의 틀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금융 규제가 암호화폐를 전면 배제하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리스크 자산’으로 취급하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준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은행의 활동을 제한하는 기존 지침을 수정하며, ‘슬림 마스터 계정’을 통해 암호화폐 기업의 접근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스터 계정은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은행 계좌일 뿐만 아니라, 슬림 계정은 제한된 권한으로 결제 및 정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향후 금융 기관과 암호화폐 기업 간의 연결이 더욱 강화되며, 규제 환경이 개선될 경우 암호화폐가 보다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은행들이 암호화폐의 파생상품을 다룰 때 필요한 새로운 규제와 리스크 관리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연구로, 투자자들에게는 암호화폐의 리스크를 이해하고 활용할 기회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