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천문관(Astronomer Royal)에 미셸 도허티(Michelle Dougherty)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우주물리학 교수가 임명되었다. 이는 350년의 역사 속에서 첫 여성 천문관의 탄생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내각부는 도허티 교수를 제16대 왕실 천문관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왕실 천문관 직책은 찰스 2세 국왕이 1675년에 설립한 것으로, 그리니치 왕립 관측소를 운영하며 국왕에게 천문학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자리는 역사적으로 천문학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학자가 맡는 명예직이며, 그동안 350년 동안 맡아온 15명의 천문관은 전부 남성이었다. 첫 번째 천문관인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는 천왕성의 관측을 최초로 기록했다.
도허티 교수는 연세가 10세였을 때 아버지가 만들어준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하며 천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지만,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현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체 물리학자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연구는 주로 행성의 자기장에 대한 것으로, 특히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엔켈라두스의 대기에서 물과 탄화수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규명한 바 있다. 그는 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공동 프로젝트인 카시니-하위헌스 임무에서 토성 자기장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였고, ESA의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Juice)의 자력계 연구 책임자로도 활동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2008년에 영국 왕립학회로부터 휴즈 메달을 수여받았다.
도허티 교수는 임명 소감에서 “이 자리를 맡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천문학이 얼마나 흥미롭고 일상에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성공이 성별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업적 덕분이라고 강조하며,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역사적인 변화는 여성들이 과학계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도허티 교수의 발자취를 따라 과학에 도전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