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인수·합병(M&A)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M&A 매물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사모펀드(PEF)의 자금도 풍부하게 확보된 상황이다. 특히 유틸리티 산업이나 화장품, 반도체와 같은 유망 산업은 매수자를 쉽게 찾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커머스 산업은 경쟁이 치열해 매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M&A 대기 매물의 규모는 37조원을 넘어서며, 이를 통해 산업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는 6조원대,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5조~6조원, SK실트론은 4조원, 클래시스는 3조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매물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로, 2022년 초 대기 매물은 22조원이었음을 고려할 때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PEF의 자산 운용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PEF의 미집행 약정액인 드라이파우더는 2023년 말 약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지난해부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이어진 결과이다. 현재 PEF의 자금력이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M&A 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M&A 시장의 핵심은 ‘몸값 조율’에 있다. 매물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임유철 PEF운용사협의회 회장은 “2021년의 고가가 2025년에는 시장에서 받아들여 질 만큼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 매각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매각 측은 EBITDA 7000억원에 약 9배를 곱한 6조원대 초반의 가격을 원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인수 의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한국의 ASML’로 불리는 HPSP의 경우 예비입찰 일정이 진행 중이며, 독점적 지위와 높은 영업이익률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유통업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11번가 같은 매물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매자가 없는 상태로, 현재 유통업종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업종 간의 뚜렷한 광경은 앞으로의 M&A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