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로 돌아섰다. 최근 한미 관세협상과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의 상승세가 꺾이자, 이는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8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총 536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이후 4개월 간의 순매수세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은 자금이 유출된 종목은 네이버로, 약 6231억원이 빠져나갔다. 네이버는 정부 인사로 기대를 모았던 주가가 급등했으나, 그 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도 각각 4410억원, 1383억원의 외국인 매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 내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싼 버블 논쟁과 맞물려 국내 반도체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알테오젠이 UBS의 매도 의견을 받으며 2396억원이 유출됐다. 조선, 방산, 원전 관련 주식들도 이달 내내 매도세에 휘말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2396억원어치가 매도됐다. 방산 분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각각 1521억원, 1305억원의 외국인 자금을 잃었다.
특히 삼양식품의 경우, K푸드 수출의 주역으로 부상했으나, 최근 상승세를 멈추게 되면서 1356억원의 차익 실현이 일어났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러한 외국인 매도가 한미 간의 무역 및 세제 변화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성과 함께 국내 주도주들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 지수가 400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재 하반기 증시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관세 협상과 세제 개편이 수출 기업에 단기적인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은 연말까지 소강 상태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실망감과 맞물려 있으며, 국내 증시는 다음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