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세계적인 폭약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군사용 폭약이 전선에서 집중 소모됨에 따라 민간 산업용 폭약조차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 상황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적 폭약 부족이 발생한 이유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이후 약 30년간 지속된 평화 시기 동안 많은 국가들이 군비를 축소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폭약 수요가 급증하였고, 이는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군사용 폭약만이 아니라 광산 채굴 및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폭약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하루 평균 양측이 7만 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4년간 사용된 포탄과 미사일의 총량은 3억 발을 넘어섰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비축해온 폭약의 80%를 소진한 상황으로, 이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큰 공급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군은 군용 TNT의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40년 만에 국내 생산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미국과 유럽은 대러 제재로 인해 폭약 수요의 대부분을 폴란드에서 충당하고 있지만, 폴란드의 생산 능력 또한 한계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희토류 자원의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호주 및 중남미, 동남아시아에서의 희토류 광산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 민수용 폭약의 수요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민수용 TNT 폭약의 가격은 2000년대 초반 50센트에서 현재 20달러로 치솟아 무려 40배 증가하였다. 폭약은 재건축, 교량 및 터널 건설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전투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공격의 성격을 띠고 있는 155mm 대포의 사용이 가장 두드러진다. 현대의 아파트와 빌딩은 강력한 방어 기지가 되어, 드론이나 무인 로봇은 이들을 파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공격 측은 재래식 대포로 끊임없이 공격하여 적의 방어를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폭약 공급 부족 문제는 러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재래식 포탄을 수입하지만 불발탄 문제가 심각하여 러시아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하루 6만 발 이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공급하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방산 수출의 기회를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포탄의 빈 공간을 한국산 포탄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군용 폭약 부족이 민수용 폭약 시장에 까지 미치는 영향과 각국의 군비 경쟁이 심화될 경우, 한국의 폭약 공급망 또한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으며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한국 방산업계의 수익성 증대 이면에는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