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에서 18세 미만의 남학생들이 대거 해외로 출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가 징집되기 전에 불법적으로 해외로 보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징병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18세에서 22세까지의 젊은 남성들에 대한 출국 제한을 해제하며 주목받고 있다.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는 18세에서 60세까지 모든 남성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시행해왔다. 징집 연령도 점차 낮춰 2025년까지 25세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강제 징집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층의 대량 불법 출국이다. 2022년에 비해 불법 출국 시도자가 5만 명에 달하며, 실제로 유럽으로 빠져나간 남성은 100만명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2% 이상이 이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8세 미만의 미성년 남학생들이 급증하며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반 남학생이 단 한 명도 남지 않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의 인구구조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정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 출국 제한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대규모 출국 사태의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징병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부정부패다. ‘화이트 티켓’이라 불리는 징집 면제 뇌물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으며, 그 가격은 약 8000달러에 달한다. 이는 평균 임금의 몇 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부유한 가족들이 자식의 징집을 회피하기 위해 뇌물을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부정행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발은 징병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병무청은 징집 인원을 충족하기 위해 복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다시 영장을 발부하거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까지 징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까지 초래해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게다가 전쟁 장기화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출산율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하면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제 징집 대신 인센티브 제도를 대폭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1년 복무 시 약 3000만원 상당의 보상금, 무이자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가 자원병 확보에 성공한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센티브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전장의 위험이 큰 상황에서는 아무리 높은 보상도 자발적인 지원자 모집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크라이나의 징병 위기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저출산 문제로 인해 징병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군 병력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병사 월급 인상을 통해 군대의 매력을 제고하려 하지만, 예산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또한 자원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단순한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따라서 한국도 저출산 방지 대책, 여성 징병제 검토, 첨단 무기체계 도입 등을 통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