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석유화학 제품 공세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사업 재편이 시급한 가운데, 울산 지역의 기업들은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19일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이러한 사업 재편을 재촉할 계획이다.
최근 울산 지역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정부와의 입장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은 여수와 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176만 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구조조정의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 중 유일하게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울산 시장의 주된 이슈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간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이다. 두 회사 모두 합병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최근 업황 부진으로 기존 설비를 셧다운하고 있으며, 추가 자금 투입의 어려움으로 M&A에 회의적이다. 이와 함께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의 수직통합에서 이미 SK에너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어 타사와의 합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유화 또한 SK지오센트릭과의 통합에 부정적이다. 오랜 기간 시황 부진으로 인해 SK지오센트릭의 노후화된 설비와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에쓰오일의 9조 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는 SK와 대한유화 간의 합병 검토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연간 320만 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울산 지역 및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체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의 가동이 이루어진다면 울산 지역의 구조조정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렇듯 울산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유인책이 없다면 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석유화학 사업 재편 방향은 다음 달 중간 점검 발표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정부는 1470만 톤 규모의 NCC 설비에서 최대 370만 톤 규모를 줄이도록 업계에 지시한 바 있으며, 이러한 최종 사업 재편안은 연내에 완성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기업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절박함이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석유화학업계는 향후 2028년까지 세계 석유화학 공급 규모가 61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전망은 업계가 중국 및 중동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더욱 난항을 겪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