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당 원화 값이 16년 만에 최저치인 1472.90원으로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원화 값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전문가들조차 올 2분기 중 달러당 원화 값이 1500원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원화의 상대적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원화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백석현 이코노미스트 또한 “2분기에는 원화 값 저점이 1500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화 값이 급락한데는 공매도 재개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단기적인 변수에 지나지 않으며, 원화 값 하락이 야간 시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결과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주식시장에서도 공매도 재개 이후 원화 값이 약세를 보였으나 하룻만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원화 값이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에 대한 경계감이 지나쳐 원화가 너무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시행을 연기한다고 발표한다면 원화 값이 상승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의 민경원 연구원은 “당분간 원화 값 저점이 열려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원화 값이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원화 값의 하락으로 인해 국내 거주자들의 외화 예금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85억3000만 달러로, 1월 말보다 49억1000만 달러 줄었다. 특히 기업 예금과 개인 예금이 각각 45억8000만 달러와 3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통화 종류별로 보면, 달러화와 엔화 각각 37억 만 달러와 5억 달러가량 줄어들었다.
원화 값의 계속된 하락은 국내 은행권의 자본건전성에도 경고 신호를 주고 있다.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되면서 BIS 자기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값이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경우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은행 BIS 자본비율 예상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07%로, 전 분기 대비 0.26%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05%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아졌다. 나머지 은행들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모든 은행이 자본규제비율은 초과하고 있어 급격한 불황 상황이 직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원화 값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 지연 및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신용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