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러시아인들의 유럽 여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 국가에서의 비자 발급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서 러시아인의 숙박 예약 일수가 현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러시아인의 연간 숙박 예약이 32만 1678박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헝가리와 프랑스 역시 각각 13%와 7.8%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스페인은 이미 크게 인기가 있는 나라로 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약률이 3.6% 감소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역시 증가세이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러시아인에게 15만 2000여 건의 비자를 발급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만 9000건이 늘어난 수치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각각 12만 3000건과 11만 1000건의 비자가 발급되면서, 전체적으로 비자 발급이 늘어난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브세볼로드 첸초프 주EU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 시민에게 발급된 비자의 수와 유럽으로 향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라며, 러시아가 현재 EU 국가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및 파괴 행위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관광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유럽 안보 문제로 보아 이를 간과하는 것은 매우 단기적인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반푸틴 운동가인 윌리엄 브라우더는 러시아인이 유럽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입장을 증명해야 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러시아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반응은 유럽 내에서도 일고 있는 우려와 연계된다. 체코의 얀 리파프스키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잔혹한 침공 아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EU 국가가 러시아 관광객과의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관광 비자 처리를 전면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외무부의 대변인은 “요건을 충족하는 러시아 관광객에게 비자를 정기적으로 발급하고 있으며, 우리의 반대는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지 러시아 국민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유럽의 각국은 항공편 운항 규제를 두고 있으나, 여전히 튀르키예, 조지아, 세르비아 등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러시아 관광객들이 EU로 진입하는 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내에서 러시아인들의 관광 증가와 관련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단순한 관광 문제를 넘어 유럽의 안보와 국제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