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중앙은행(ECB)의 수뇌부 대거 교체가 임박해 있음에 따라 다음 총재를 향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ECB 집행위원회 이사진 6명 중 4명이 2027년까지 임기가 만료되며, 특히 권도스 부총재의 임기는 내년 5월에 종료된다. 이로 인해 유로존 회원국들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가르드 ECB 총재와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와 함께 데긴도스 부총재뿐 아니라 많은 고위 간부들이 2027년까지 임기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각국 수도에서는 통화정책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자리 확보를 위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데긴도스 부총재의 인선과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임기 종료와 맞물리면서, 두 기관의 인사 교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CB는 이르면 이번 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부총재 교체를 요청할 예정이며,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라가르드 총재의 후임지를 두고 일련의 물밑 경쟁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으며,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요아힘 나겔 독일 연방은행 총재, 그리고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라가르드 총재는 노트 총재를 신뢰하며 지지를 표명하였다. 지난달 네덜란드의 금융 리더십 포럼에 참여한 그는 “노트 총재는 지성과 체력을 갖추었으며 사람들을 포용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부총재 인선은 사실상 차기 총재의 출신 지역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총재 자리를 남유럽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면, 차기 총재직은 대체로 북유럽 출신이 전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ECB의 내부 인사 구조와 세력 균형 상 통상적인 관행이다. ECB는 21개 회원국의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초국가적 기관으로, 구성원의 교체는 각국 간 권력 구도의 재편을 의미한다.
더욱이 ECB는 이사회 의석을 두 개 이상 차지할 수 없다는 공통 규칙이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통화정책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 균형을 맞추는 것에도 큰 고민을 한다. 이는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려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성별 균형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ECB 이사회 역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은 편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유럽 중앙은행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으며, 따라서 차기 인선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CB의 지속 가능한 통화정책이 어떻게 설정될지가 향후 유로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