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말, 은(銀) 가격이 온스당 80달러를 넘어섰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엔비디아와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잠시 넘어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하루 만에 6% 이상 급등했으며 올 초 대비 상승률은 약 170%에 달했다. 이런 급등은 장기간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노출된 시장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투자 시장에서 은은 금에 비해 보조적 귀금속으로 인식되어 왔다. 안전자산 선호 국면에서도 중앙은행과 기관 자금은 금에 집중되었고, 산업 수요로 인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은은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급등 국면에서 은의 시가총액은 약 4조6800억 달러에 도달, 엔비디아와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초월했고, 가격 조정 이후에도 여전히 글로벌 자산 순위에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은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른 이유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급증하는 수요에 있다. 최근 5년간 지속된 공급 초과 수요 상황은 단기적인 생산 차질이 아닌 장기적인 광산 투자 감소와 환경 규제 강화,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누적된 결과다. 특히, 전 세계 은 공급의 60~70%를 차지하는 중국이 2026년 1월부터 은 수출 제한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예상되는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수요 측면에서도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전자기기, 의료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은 수요가 증가하며, 전체 수요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패널용 은 수요는 지난해 대비 60% 이상 증가해, 친환경 전환과 에너지 인프라 재편에 있어 은이 전략 자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는 “은은 산업 공정에 필수적”이라며 은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방어하는 자산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은에 대한 수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변화 또한 원자재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금리 인하의 흐름은 실물 자산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 부담을 줄여 귀금속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및 귀금속 ETF로의 자금 유입 등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술주와 암호화폐 시장은 금리 인하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와 비트코인의 경우, 기대가 지나치게 반영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래의 서사나 장밋빛 내러티브에 대한 베팅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약 6% 하락했으며, 주요 알트코인들도 더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은 가격 급등 현상은 투자자들이 실체가 있는 자산, 즉 실제로 상용되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투자자들은 ‘자산이 실제로 사용되는가’, ‘공급이 통제 가능한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능하는가’를 고려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실물자산으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전은 지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