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더리움(ETH) 검증자 출구 대기열이 47만 건을 초과하면서 유동성 스테이킹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전문 투자사 갤럭시디지털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대규모 언스테이킹 요청은 단순히 수익 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 전략 해체와 대출 비용의 급등에 따른 심각한 구조적 스트레스를 반영하고 있다.
7월 16일 이후, 이더리움 출구 대기열에는 수십만 건의 검증자 탈퇴 요청이 몰려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Aave와 같은 디파이 플랫폼에서 이더리움 대출 금리가 2~3%에서 최고 18%까지 치솟았던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HTX 관련 지갑에서 대규모 출금이 발생하며 유동성 위기를 촉발시켰고, 이는 막대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던 ‘루핑 전략’조차 수익을 발생하지 않는 모델로 전환되면서 많은 이들이 대출 상환에 나서게 되었다.
루핑 전략은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LST) 또는 리스테이킹 토큰(LRT)을 담보로 이더리움을 빌린 후, 이를 다시 LST/LRT 매입에 사용하는 복리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자율이 수익률을 초과하자, 많은 트레이더들이 담보를 회수하며 대출 상환을 서둘렀고, 이는 LST와 LRT 시장에서의 매도 압력을 급속도로 증가시켰으며, 가격 할인폭도 커지게 되었다. 이 결과로 ETH를 교환하거나 직접 언스테이킹을 시도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출구 대기열이 폭주하게 되었다.
이더리움 검증자 출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정성을 위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며, 에포크(epoch)당 약 10개의 검증자만 탈퇴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 속에서 대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대기 시간은 기존 1시간 미만에서 8일 이상으로 치솟았다. 7월 22일 기준으로 대기하고 있는 검증자 수는 2,000개에서 47만 5,000개 이상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1월 파산한 셀시우스가 ETH를 대규모로 인출한 사건과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할인된 가격에 LST/LRT를 매수한 후 이를 다시 언스테이킹하여 정가의 ETH로 상환받는 거래 전략을 취하는 한편, 대기 열의 혼잡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출구 대기열의 과도한 증가는 전체 스테이킹 생태계가 붕괴 직전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갤럭시디지털에 따르면, ETH 신규 스테이킹 수요는 여전히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검증자 ‘진입 대기열’은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규모 언스테이킹을 거의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와 같은 급변 사태는 이더리움 스테이킹 생태계의 지나치게 높은 파생상품 전략 의존도를 드러낸다. 기본적인 네이티브 스테이킹 구조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동성 토큰 기반의 파생 시장은 과도한 레버리지 적용 시 심각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이 다시금 입증되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탈퇴 시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갑작스러운 자금 요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해법으로는 검증자 간 직접적인 P2P 시장과 네이티브 유동성 풀의 구축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가 마련되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