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고위 관리들과 핵 과학자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암살당한 사건에서 경호원들의 휴대전화 해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보안 허점이 바로 경호원의 부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경호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함으로써 이란 주요 인사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암살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지난 6월 16일에는 이란의 최고위 인사들이 테헤란 서부의 산속 벙커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이스라엘의 정밀 폭격에 의해 사망한 군사령관과 핵 과학자들의 여파 속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스라엘 측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았지만, 경호원과 운전기사는 방지 대책을 소홀히 한 채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산 카리미 이란 정치 분석가는 “고위 관료들은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았지만 경호원들의 부주의로 인해 결국 그들의 위치가 드러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경호원들이 소셜미디어에 부주의하게 게시물을 올리며 취약한 정보 노출을 일으킨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허점을 감지하고 ‘참수 팀’을 구성하여 철저한 사전 조사 끝에 목표 인사들을 선별했다.
과거 이란의 핵 자료를 입수한 정보기관 모사드는 암살 대상 명단을 400명에서 100명으로 압축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란 측 발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13명의 핵 과학자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표적이 되어 제거되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은 ‘왕좌의 게임’의 유명한 장면에서 이름을 딴 ‘레드 웨딩 작전’을 통해 군부의 수뇌부를 연이어 암살하며 이란의 군사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주요 인사들에게 휴대전화와 모바일 메신저의 사용을 금지하고 경호 인력을 대폭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에서는 경호 인력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하고 이를 이용할 전략을 세웠다.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총사령관은 “적은 대부분의 정보를 최신 기술과 위성, 전자 데이터를 통해 얻고, 정밀한 위성으로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해 이란 내부의 보안 문제가 어떻게 악용되었는지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경호원들의 주의 부족과 이란의 내부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란 당국은 향후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