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스라엘의 군사 공습이 시작된 직후, 이란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노비텍스(Nobitex)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엘립틱(Elliptic)에 따르면, 공습 직후 48시간 동안의 순유출은 700% 급증해 약 300만 달러(약 44억3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금 이탈은 단순한 시장 변동성 대응을 넘어, 이용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안전 도피’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용자들은 자금을 거래소 밖으로 이동시켜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옮기면서 실질적으로 자본 유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란의 금융 시스템이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징후이기도 하다.
실제로 엘립틱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습 이후 노비텍스의 거래량은 약 80% 감소한 반면, 출금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란 내에서 인터넷 연결이 제한됨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이 가격 변화보다 즉각적인 자산 회수를 선호하고 있다. TRM랩스(TRM Labs)는 이러한 현상을 시장 인프라의 붕괴보다는 기계적 접속 제한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웹 접근이 가능한 사용자들조차도 거래보다 자금 탈출에 집중하여 불안정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 내 자금 유출이 계속된다면, 국내 거래소의 호가 잔량이 감소하며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개인 지갑이나 탈중앙화 경로로 이동함에 따라, 현지 당국의 자금 압류나 추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자금 이탈의 주요 통로로는 테더(USDT)가 지목되고 있다. 엘립틱은 USDT가 달러와 연동되는 구조와 높은 유동성 덕분에 제재 회피 수단으로 종종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은 주요 거래소인 노비텍스와 월렉스(Wallex)에 USDT와 이란 통화인 토만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는 이란 법정통화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간 연결을 차단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이는 USDT의 의존도를 부각시켜 규제의 표적이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 관련 거래의 5.9%가 불법 또는 제재와 관련된 활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등 규제 기관이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USDT 레일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경우, 이란 거래소는 글로벌 유동성 풀에서 점차 고립될 위험이 크다. 이렇게 되면 자금은 더 불투명한 P2P(개인 간) 네트워크로 이동할 수 있어 글로벌 거래소들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는 이란의 암호화폐 시장이 ‘통제 강화’와 ‘국제 고립’ 사이에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 충격과 통화가치 하락이 맞물려 이란 리알화의 약세가 더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2차적인 자본 유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인터넷 연결 제한이 완화되고 USDT 거래쌍이 복원된다면, 자산 회수 모드로의 부분 회귀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공습 이후 단기간에 발생한 700% 순유출은 이란 내 거래 인프라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지역 유동성이 악화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이란과 관련된 자금세탁 방지(AML) 및 규제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