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이 심각한 물 부족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몇 주 안에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최근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주요 저수지가 빠르게 말라가고 있어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이란 전역에서 물 부족 문제는 심화되고 있으며, 테헤란의 수압이 절반으로 낮춰지는 조치가 시행됐다. 이로 인해 전체 가구의 80%는 물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 주민들은 저장 탱크를 설치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란 정부는 테헤란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 하루 공휴일을 선언하며 물과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 위기에 대한 긴장감은 여전히 높다. 과거 이란 환경부 부국장을 지낸 카베 마다니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장은 “몇 주 내에 ‘데이 제로’가 올 수 있다”며 이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물 부족의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의 부실한 물 관리와 기후 변화, 그리고 공급과 수요 간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지적된다. UC어바인의 아미르 아가쿠착 교수는 “과도한 지하수 취수와 비효율적인 농업, 방치된 도시 물 소비가 이 지역을 사실상 ‘물 파산’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분석했다. 마다니 소장은 이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있는 ‘물 파산’ 상태라고 전했다.
테헤란은 급증하는 인구에 맞춰 지하수를 남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25cm 이상의 지반 침하 현상도 발생한 바 있다. 이란 에너지부 장관인 아바스 알리아바디는 “이란의 31개 주 가운데 단 1곳만 물 부족을 겪지 않고 있다”며 단수 조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전문가들은 물 위기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술적 대응으로는 해수 담수화나 폐수 재이용이 필요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상만 완화할 뿐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마다니 소장은 물 사용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물 집약적 농업을 줄이고 물 사용량이 적은 산업과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물 위기는 환경적,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정치적 및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통치 위기와도 결합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마다니 소장은 “테헤란이 가을비가 내리는 9월 말까지 버틸 수 있다면 ‘데이 제로’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희망적인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