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17일 도쿄 구단키타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 명의로 공물을 봉납했다. 이번 봉납은 연례 가을 제례가 시작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일본의 현직 총리로서 이시바는 기시다 후미오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신사에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통해 경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선택했다.
도쿄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제례 기간인 19일까지 신사를 직접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전해졌다. 이는 한·중 관계를 고려하여 해외의 반응을 신중히 살피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이시바 총리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 역시 한·중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참배를 자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으로 분류되며, 과거 각료 시절 등 여러 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더 중시하는 태도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향후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직에 취임할 경우,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유사하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는 내년 총선에서 자민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후보로 유력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역사에서 내전과 일제가 주도한 여러 전쟁에서 사망한 약 246만6000명의 영령을 기리는 장소이다. 이 중에는 태평양전쟁과 관련된 군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도조 히데키 전 총리와 같은 A급 전범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둘러싼 국내외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와 다카이치 총재의 잇따른 신사 봉납 및 참배 자제는 일본 내에서의 정치적·외교적 전략이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행보가 한일 및 중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