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일본 총리, 전후 80년 메시지 발표…역사 인식 계승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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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62)가 10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며 개인 명의로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메시지는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역사 인식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총리는 “전후 50년, 60년, 70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역사 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과거의 잘못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과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길 것을 다짐했으나, 기존 담화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진실한 사죄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번 메시지에서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에 대한 언급도 생략됐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반성이나 사죄 등 기존 담화의 기분을 계승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반응은 일본 내 권력적인 자민당 보수파의 압박 속에서 나왔다. 이들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담화를 통해 역사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났다고 주장하며, 추가적인 담화나 메시지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는 “전후 70년 담화는 미래 지향적이고 최고의 내용”이라며 추가 메시지는 필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메시지에서 이시바 총리는 일본 정부가 전쟁을 막지 못한 이유를 5가지 주제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그는 일본제국 헌법의 한계, 정부 및 의회의 기능 부재, 정보 수집 및 분석 시스템의 실패 등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가들이 긍지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성보다는 진정한 미래지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보다 감정적 판단에 의존하여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총리들은 매 10년마다 전후 담화를 발표해왔으며, 그 시작은 1995년 전후 50주년 담화에서부터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당시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였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역시 유사한 입장을 취하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해왔다”고 밝히며 사죄를 과거형으로 둘러싸며 후대에 사죄의 숙명을 지우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번 이시바 총리의 메시지는 기존의 각의를 거친 담화와는 달리 개인 입장을 담고 있으며, A4 용지 7장 분량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일본의 역사 인식 및 일본과 주변국 간의 외교적 관계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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