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오는 9월 2일, 일본의 항복문서 조인일에 전후 80년을 기념하는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같은 날 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7월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의 패배 결과를 보고하기로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발을 우려하여 메시지 발표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 내 보수파는 총리가 전후 80년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보수파는 이시바 총리가 전후 역사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일 경우, 당내의 결속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오는 9월 2일 의원 총회와 메시지 발표가 겹칠 경우, 보수파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있어 총리는 따라서 메시지 발표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총리는 전후 50년이었던 1995년을 시작으로 매 10년 간격으로 패전일인 8월 15일 즈음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담화를 발표해 왔다. 과거 총리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안을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삼아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이런 관행에 따라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개인 자격으로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그의 독특한 정치적 접근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8월 15일에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로서는 13년 만에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일본이 과거 전쟁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이시바 총리는 당내 및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메시지 발표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사회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기억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남아 있으며, 이시바 총리의 이번 결정이 일본의 미래 정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