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인 Reserve Bank of India(RBI)는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 지속, 루피 가치 하락 등의 어려움 속에서 새 총재를 선임했다. 새 총재로 임명된 산제이 말호트라는 재무부 수입 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며, 이로 인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명이 더 온건한 통화 정책으로의 전환을 움켜잡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의 시점이 내년 초로 예상되고 있다.
말호트라는 인도 공과대학교와 프린스턴 대학교 출신으로, 경제 건강에 대한 우려를 최근에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인도의 경제가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도 성장 둔화를 방지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기존의 총재인 샤크틱안타 다스는 통화 정책 위원회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던 인물로, 그의 이임은 통화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Capital Econom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실란 샤는 “말호트라의 임명은 RBI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오는 2월 첫 통화 정책 회의에서 25bp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오는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시장 또한 이러한 예상에 부응하여 보다 느슨한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인도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6.699%로 하락세를 보이며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다스 총재는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가장 오랜 재임 기간을 가진 총재로 평가받고 있다. 그 동안 그는 인도의 금융 부문 회복을 이끌고, RBI와 정부 간의 관계를 정상화했으며,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인도의 경제는 9월까지의 분기에서 7분기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10월에는 물가가 중앙은행의 6% 허용 범위를 처음으로 넘었다.
또한, 최근에는 고금리가 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하 촉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위원회는 지난 12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6.50%로 동결했지만, 예전보다 저조한 GDP 성장 전망이 제시됐다.
말호트라 총재는 재무부의 긍정적 성장 전망과 RBI의 보수적 접근 사이에서 미세한 균형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NZ그룹은 이미 RBI가 2025년 2월부터 총 3회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증대시키는 가운데, 신규 총재의 임명은 이러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