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인도의 전체 석유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서며, 이로 인해 석유 수입을 갑작스럽게 중단할 경우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와 미국 간의 갈등이 농산물 관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관세 협정이 타결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도는 대량의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해 이를 공개 시장에서 판매하여 이익을 보고 있다”며, “나는 인도에 대한 관세를 크게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지속하면 관세를 25% 이상 인상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이러한 압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으로 석유 공급이 이동하면서,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 또한 러시아에서 우라늄과 화학물질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인도의 국익과 경제 안보를 위해 모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석유 수입에서 러시아산의 비중은 44%에 달했으며, 이는 최대 규모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는 러시아산 석유의 비중이 0.2%에 불과했으나, 전쟁으로 인한 대러 제재와 가격 인하로 인해 그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인도는 이 기간 동안 러시아산 석유를 저렴하게 공급받아 시세차익으로 약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국제 유가 안정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하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 장관은 이를 통해 국제유가가 상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과 인도 간의 외교적 마찰은 농산물 관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반목은 인도 정부의 농민들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인도 간의 관세 협상이 결실을 맺기 전까지 외교적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의 긴장이 더 고조되면 전략적 파트너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