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압박이 심화되면서, 대기업 자회사의 자진 상장폐지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상반기에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하거나 그 계획을 발표한 기업의 수가 59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곳 증가한 수치로, 2014년 이후 같은 기준으로는 최대 수치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최대 통신업체인 NTT가 있다. NTT는 약 2조 엔을 투자해 IT 서비스 자회사인 NTT데이터그룹의 남은 42% 지분을 인수하고 상장폐지할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도 자회사인 이온몰을 지난 6월 100%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상장폐지는 모회사의 상장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최근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일환으로 증권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프라임 시장, 중견기업 중심의 스탠더드 시장, 스타트업 중심의 그로스 시장으로 나뉘며, 각 시장별 상장 유지 기준이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기업은 해당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공시해야 하며, 프라임 시장에 속한 기업의 80%가 관련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복 상장 기업들은 모회사의 자회사 가치에서 큰 순자산가치(NAV) 할인을 받기 때문에 PBR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프라임 시장의 유지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자회사를 상장폐지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으로 떠오른다. 또한, 상장폐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용이한 점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공개매수 부담이 덜해 상장폐지를 촉진하고 있다.
이어서,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장폐지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자율공시 수준의 압박이 얼마나 강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대기업 중복 상장이 흔하지만, 대주주의 지분이 20~30%에 불과하여 상장폐지 기준인 95%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의 자회사 상장폐지 열풍은 단순한 기업 전략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자발적 상장폐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경영 구조 개선 및 투자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