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 규모가 지난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를 통해 약 10조4000억 엔(약 954조 원)을海外 금융상품에 순매수한 결과, 이는 전년도보다 147%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해외 투자 열풍은 지난해 도입된 일본의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에 의해 촉발되었다. NISA는 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유사한 구조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금융시장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증대시키려는 ‘자산소득 배증계획’의 일환으로 주식 투자 장려에 나섰다.
특히, 일본 정부는 NISA 계좌의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연장하고, 납입 한도와 총투자 한도를 대폭 상향 조정하여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외 투자로 자금을 이동하게끔 유도했다. 신NISA의 도입 후에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와 같은 고수익 투자처로 눈을 돌리며 ‘주식 이민’을 가속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1월 중순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과 투자 펀드를 6주 연속으로 순매수했다. 이달 23일 일본 재무성의 발표에 따르면, 해외주식과 해외투자펀드를 4898억 엔어치 매수한 것으로,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순매수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국내주식 및 투자펀드는 661억 엔 매도됐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츠오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가계가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가 달러 대비 최대 40% 이상 하락하면서 일본인들은 엔화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JP모건의 미라 찬단 연구원은 NISA를 활용한 해외 투자 매수세가 강력함에 따라 엔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이 현금 보유량이 많은 일본인들이 현금을 팔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해외 투자 열막이 지속되면서 일본 증시 상장 기업들도 투자자의 유인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증시는 100주 단위로 주식을 거래해야 하므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하기에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주식을 액면 분할하여 개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 증시에서 액면 분할을 단행한 기업 수는 211개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