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춘분과 추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휴일로, 이 시기를 ‘오히간(お彼岸)’이라고 부릅니다. 오히간은 조상과의 만남을 중요한 주제로 하여, 현세와 저승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로 간주됩니다. 이는 낮과 밤의 길이가 동일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이때 조상님을 추모하고 기리는 데 적합한 때로 여겨집니다.
일본에서는 추분과 춘분을 포괄하는 일주일, 즉 각 시점의 전후 3일을 포함하여 오히간 기간으로 정하고, 그 기간 동안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경의를 표하는 행사를 갖습니다. 올해의 가을 오히간은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관습으로,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져 온 문화입니다.
오히간의 ‘히간(彼岸)’이라는 단어는 불교 용어로서, ‘피안’ 즉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현세에서의 삶과 저승의 삶을 구분 짓는 부분은 산스크리트어 ‘파라미타(paramita)’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피안에 다가가는 시기가 춘분과 추분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 시기에 두 세계가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추분 및 춘분에 성묘를 하거나 집안의 불단을 정리하는 것이 오히간의 일반적인 관습입니다. 이 시기에 올리는 전통적인 떡이 있는데, 이는 팥떡입니다. 팥떡은 둥글게 빚어 팥소를 감싼 형태로, 일본에서는 이 떡이 기운을 쫓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조상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여겨집니다. 특히 춘분에 먹는 팥떡은 ‘보타모치’라고 부르며, 봄에 피는 모란을 의미하고, 가을의 경우 ‘오하기’로 불리며 싸리꽃을 나타냅니다.
오히간은 조상님을 모시는 ‘오봉’과는 다릅니다. 오봉은 조상이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오는 날로 인식되며, 이때 조상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반면, 오히간에서는 후손들이 조상을 찾아가 기리는 날로, 조상과의 연결을 더욱 깊게 만드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오히간은 불교적 전통이 뿌리내린 독특한 문화로, 한국의 추석과 유사한 문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관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조상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고, 이를 기념하는 방식은 각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일본에서 오히간을 통해 조상을 기리는 풍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현대 사회에서도 조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를 후세에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상과의 연결을 기념하는 이러한 문화는 모든 사회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