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멜론빵, 실제 멜론과는 무관한 이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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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 후배가 빵집에서 구매한 멜론빵을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일본의 멜론빵은 한국의 소보루와 유사하지만, 그 특징은 달콤한 쿠키 반죽이 격자무늬를 이루며 빵을 덮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멜론빵의 이름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실제로 이 빵은 멜론의 향이나 맛이 거의 없고, 주로 버터가 풍부하게 들어가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죠.

어릴 적부터 메로나 아이스크림이나 멜론 빙수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멜론이 들어있지 않은 멜론빵은 다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멜론빵의 정체성을 살린 다양한 변형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후배가 사온 멜론빵의 안쪽에 메로나 맛의 크림이 들어 있어, 그동안 상상했던 바와 가까운 멜론빵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멜론빵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요? 멜론빵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설이 있습니다. 한 가지 설에 따르면 1930년대 고베의 한 빵집에서 지금처럼 격자무늬 쿠키 반죽을 붙인 둥근 형태의 빵이 최초로 발매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설에 따르면 멕시코의 빵이 일본에 전해져 멜론빵으로 진화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1910년 아르메니아 제빵사가 프랑스의 구운 과자와 러시아의 빵 제조법을 결합하여 탄생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여러 이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멜론빵의 둥근 형태와 격자무늬가 머스크멜론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입니다. 머스크멜론은 당시 고급 과일로 여겨지던 품목이었기에, 서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이죠.

두 번째 설은 멜론빵이 특정 기계를 사용해 성형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멜론빵 원조 가게들은 고베를 포함해 여러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1950년대에는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틀과 유사한 형태의 기계로 빵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멜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과일로 따지면 멜론보다는 참외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격자무늬 쿠키 반죽의 비밀에 대한 설입니다. 이 반죽은 달걀 흰자를 넣어 만든 머랭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머랭을 뜻하는 일본어 ‘메렝게(メレンゲ)’에서 변형되어 ‘멜론’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멜론빵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맛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현대에는 ‘딸기 멜론빵’, ‘초코칩 멜론빵’ 같은 퓨전 버전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붕어빵이나 바나나빵처럼, 일본의 멜론빵에도 실제 멜론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한 문화적 잔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름짓기 방식은 재미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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