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산물 가격 급등, 성게덮밥 한 그릇에 1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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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해산물 가격이 기록적인 폭염과 해수 온도 상승으로 급등하고 있다. 특히 고급 식재료로 알려진 성게의 어획량이 급감함에 따라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여, 성게덮밥 한 그릇 가격이 17만원을 넘는 상황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일본의 식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홋카이도 리시리섬의 식당들에서는 바훈 성게 100g을 사용한 덮밥이 1만5000~1만8000엔, 즉 약 14만~1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불과 몇 년 전의 가격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리시리항 인근에서 5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토 기미코 사장은 “손님들이 성게덮밥 하나를 나눠 먹고, 각자 라면을 따로 주문하는 일이 흔해졌다”며 가격 인상에 대한 충격을 토로했다.

수온 상승은 수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일본 근해의 평균 수온이 5도 이상 상승하면서 냉수성 어종인 성게의 어획량은 작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성게 어획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리시리수협의 야마카미 다츠아키 전무이사는 “상승하는 바다 온도가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성게 뿐만 아니라 연어, 오징어, 꽁치 등 다른 냉수성 어종들도 지난 20년간 어획량이 급감했고, 이들의 가격은 거의 5배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어종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일본의 어업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록적인 폭염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기온은 1898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았으며, 도쿄와 삿포로 등 주요 도시에서 35도를 넘는 날이 많이 발생했다. 해양 열파의 지속은 수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더불어, 엔저와 수입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일본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의 비중은 30%로 4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7.6% 상승해 그 폭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행 정책위원인 다무라 나오키는 “수산물 등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다”고 설명하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앙릭은 지속적인 극심한 기상 현상과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향후 물가 상승률이 과거보다 더 구조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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