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는 전 세계 백년 기업의 약 40%가 존재하며, 4만5284곳의 기업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 백년 기업 중 업력이 200년을 넘는 곳도 1813곳, 300년 이상은 889곳, 500년 이상 지속된 기업은 47곳에 달한다. 특히,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11곳 존재하며 이 중 가장 오래된 곤고구미는 578년부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본의 장수 기업들은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국가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곤고구미는 백제에서 초청된 장인의 후손으로, 현재까지도 사찰 등 목조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이러한 오랜 역사 속에서 곤고구미는 전통 기술을 보호하고 전수하는 ‘장인회’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료칸인 게이운칸 역시 705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들은 역사적 인물들이 자주 방문했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장수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교토부는 전체 기업 중 5.35%가 100년 이상된 장수기업으로 특화된 지역이다. 반면, 도쿄는 기업 수는 많지만 장수기업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2.24%에 그쳤다. 특히 야마가타현, 니가타현, 후쿠이현 등 연안 지역에서의 장수기업 출현율도 높다. 이러한 지역 특성은 대체로 에도시대 중기에 교역으로 번창했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키나와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장수기업 출현율이 매우 낮고, 그 조직들은 대부분 오키나와 전통주인 아와모리 양조장에 국한되어 있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일본의 섬나라적 특성 덕분에 자급자족 문화가 자리 잡았다. 둘째,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은 큰 전쟁을 겪지 않았기에 기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셋째, 일본은 가문을 중시하는 문화가 발달하여 직계 혈연보다는 가문 자체의 존속을 중요시하며, 수많은 장수기업이 사위나 양자를 통해 프로세스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장수기업들은 후계자의 부재라는 새로운 고민에 직면해 있다. 조사에 따르면 백년기업 대표자 중 31.8%가 60대 이상이다. 후계자에 대한 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1%가 후계자를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세대가 가업을 이어받을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후계자가 없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전통적인 기업 구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과 역사가 깊은 일본의 장수기업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의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영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에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고민은 일본 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영 방안 모색이 절실히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