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사주 매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취득한 자사주 총액이 14조4911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자사주 취득 금액인 10조3343억원을 넘어서며, 올해 8개월 만에 4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3년 동안 코스피 상장사들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약 6조8132억원에 불과해 올해 누적 취득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자사주 매입의 증가는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8월 이후에만 3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자사주가 매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입은 회사들이 소각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유도와 관련이 깊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움직임은 대규모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HMM은 약 2조1432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선언하며 모든 주식을 소각할 계획이라 밝혔다. KT&G와 미래에셋증권 역시 각각 3000억원과 801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최대 규모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으며, 그중 상당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사주 소각이 단순히 주식의 수 감소를 의미하는 것 외에도, 기업의 가치 증대와 주주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자사주 소각 규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자사주 소각 규모는 5619억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전체 소각 규모(1175억원)의 4배 이상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유동자산으로 간주하며 자의적으로 처분하는 관행을 탈피하고, 앞으로는 감독당국의 엄격한 관리를 받으며 자사주 활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이를 강조하며, 이사회 결의와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함을 시사하였다.
한국거래소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 주주 환원 확대 외에 최근에는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ESG기준원이 실시하는 상장기업 지배구조 개선 컨설팅에 현재 27개 상장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주주 권익 보호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이 주요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는 이제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으며, 향후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