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의지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참여한 전기소비자 48.7%가 현재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44.3%는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전기료 정책에 대한 소비자와 정부 간의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89%가 한전의 판매가격이 과대평가 되어 있다고 응답해,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와 불만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이 조사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인하 필요성이 산업용(30.6%)이나 일반용(28.3%)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소비자들은 체감적으로 ‘매우 싸다’고 느끼는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 당 130.4달러로 OECD 35위에 해당하며, 색깔별로 저렴한 국가가 몇 나라에 불과하다.
가정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 간의 상대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더욱 동떨어져 있다. 소비자들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싸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대비 6.8%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할 때 그 가격차가 유사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매우 잘못 인식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다른 공공요금보다 비싸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48.7%로, 수도요금(23.1%)이나 대중교통요금(26.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는 주택용 소비자 1,034명, 일반용 1,051명, 산업용 제조업체 1,62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에 따른 연구 결과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요금 정상화 정책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원료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전부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을 나누어 천천히 반영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원가 공개 주기를 1년에서 3개월 또는 6개월로 단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향후 전기료 인상 과정에서 예상되는 강한 소비자 저항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