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담은 치킨 키이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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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 사랑받는 음식, 치킨 키이우는 그 이름과 조리법이 우크라이나의 민족 정체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전란의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전통을 지킴과 동시에,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즐겨지고 있는 치킨 키이우는 단순한 요리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

치킨 키이우는 일반적으로 저민 닭가슴살 속에 버터와 볶은 채소를 채워넣고, 그 위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요리로, 유럽의 커틀릿이나 일본의 돈가스와 비슷하다. 이 요리는 20세기 초,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의 콘티넨털 호텔에서 고안되었다. 그 당시에는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고급 요리로, 우크라이나 사회의 도시 문화와 사치의 상징이 되었다. 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전통 요리는 소비에트 연방에 통합된 우크라이나를 넘어 동유럽 전역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현재 치킨 키이우는 고급 정찬으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으로도 존재하며,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영국의 마크 앤 스펜서 백화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럽 각지에서 인기 있는 간식이 되었다. 그러나 치킨 키이우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치킨 키이우는 양국 간의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전쟁 초반, 러시아에서는 이 요리를 ‘치킨 키예프’라고 부르며 인식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치킨 키이우’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두 이름이 각각 민족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동일한 문제가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어, 유럽 여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하며 ‘치킨 키이우’로의 표기를 인정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1991년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독립 여론을 비판하며 한 연설은 ‘치킨 키이우 연설’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회자되며, 역사 속에서의 민족 정체성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치킨 키이우는 2024년 7월 9일에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만찬에서 메뉴로 올라가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는데, 이 만찬 직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 병원 공습이 있었고, 이는 국제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를 강력히 반발하며, 이 사건이 러시아의 도덕적 타락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치킨 키이우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전쟁과 정치적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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