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 내년 재무 전략으로 ‘유동성 확보’ 선택…재무 개선 우선시

[email protected]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도 재무 전략에서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경기 둔화, 높은 환율, 시장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겹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의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기보다는 재무 상황의 개선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레이더M’이 41개의 상장사 CFO 및 재무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내년도 자금 운용의 핵심 요소로 ‘유동성 확보'(56.1%)가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또한, 응답자의 39%는 비용 절감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기업들이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올해 3분기 동안, 10대 주요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약 106조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조 원에서 16% 증가했다. 하지만 보유 현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과 배당 확대에 따른 주주 가치 제고의 부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65.9%가 ‘투자 확대보다 재무 개선을 우선한다’고 답변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주요 요인으로는 ‘글로벌 및 국내 경기 둔화'(82.6%)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부담 증가'(78.3%)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특히, 원화의 달러당 환값은 새 정부 출범 직후 1347.1원으로 연고점을 찍었던 후, 현재 1470원까지 하락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환율의 불안정을 걱정하고 있다.

시장 금리 상승세 또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기준금리는 2.5%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분기에 들어서고 나서만 0.54%포인트 급등하여 현재 약 3.05%에 이르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만큼, 사전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주주 권리 강조 정책은 내년 주주총회와 같은 중요한 이벤트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CFO 중 10명 중 7명이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대형 제조업체의 CFO는 “금리와 환율의 불안정성,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미래 사업 환경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어, 재무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직면한 다양한 경제적 리스크와 불확실성 속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략이 재무 운영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향후 기업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