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터넷 규제당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내 매출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 중국은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이번 조치는 단기적인 실적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해 저사양 중국 전용 AI 칩인 ‘RTX 6000D’의 테스트 및 주문을 즉각 중단하라는 통보를 내렸다. 이 칩은 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된 제품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직접 선보인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결정이 엔비디아를 겨냥한 일련의 압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하며,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에게 더욱 악화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당국이 작년부터 제한하고 있는 고성능 AI 칩 ‘H20’에 대한 조치를 넘어서는 강력한 규제 조치로, RTX Pro 6000D 지침은 엔비디아 칩 전반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H20 수출에 대한 통제가 있었지만 최근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일부 판매가 허용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실제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고, 엔비디아는 수출 승인 조건으로 대중국 판매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나 관련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더불어 이번 주에는 엔비디아가 2020년에 완료한 멜라녹스 인수와 관련하여 중국의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조치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따라 엔비디아의 구형 칩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이자, 미중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황 CEO는 런던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 나라가 필요할 때만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 크게 기여해왔기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중국 사업 상황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며, “이제 중국 시장은 재무 전망에서 제외하라고 애널리스트들에게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올해 중국에서 RTX Pro 6000D와 H20을 포함한 새로운 제품에서 매출을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주가가 2.6% 하락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엔비디아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으로,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13%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