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전역에서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징병제 부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이 시위에서는 매주 수만명의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기성세대를 위해 우리의 희생이 필요하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차라리 푸틴 치하에 살겠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하고 있어, 사회적 반향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기적인 Z세대가 군대에 가기 싫어 떼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복잡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징병제 반대 시위가 확산되는 이유에는 독일 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부는 남성 전체가 군 복무를 하는 징병제를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를 연상시키는 제도로 간주하여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냉전 시기에 징병제가 유지되었으나 통일 이후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서 2011년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이로 인해 현재 4050대와 2030대 대부분은 군에 입대하지 않았으며, 학교에서는 평화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나치의 과거에 대한 경계심이 깊어 징병제 부활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근 몇 년간 독일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청년실업 문제를 겪으면서, “우리가 왜 기성세대의 전쟁을 대신 지불해야 하느냐”는 궁극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국수주의가 만연했지만, 현대의 교육 환경에서는 국가가 전쟁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반감이 크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러한 전통을 배제하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더욱 부각시켜 징병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독일의 병력은 약 18만 명에 불과하며, 정부는 이를 2035년까지 최소 26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긴장감 속에서 독일의 군사력 증강이 시급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생 남녀 학생 70만 명에게 군 입대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로 인해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음이 우려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결국 여성 징병제까지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징병제 문제는 독일만의 고민이 아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러한 반감의 주된 원인은 모든 국민을 징집해 전선으로 내보내는 것이 과거 독재정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동유럽 국가들은 군사적 위협이 더 가까운 반면, 서유럽에서는 군대에 대한 인식이 다르므로 정부가 징병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큰 정치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군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는 단순한 시간의 경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을 군에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인종차별과 문화적 차이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는 상황이다. 이렇듯 사회적 합의와 인식 개선을 통해 징병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