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의 대선에서 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 후보가 26.7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 다음달 14일에 있을 최종 경선에서 공화당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와 맞붙게 된다. 이번 대선은 칠레 역사상 처음으로 좌우 극단 후보 간의 대결이 이뤄지게 되는 중요한 이벤트로 평가된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집계에서 하라 후보는 약 300만 표를 얻었고, 카스트 후보는 270만 표를 기록 중이다. 하라 후보는 중도좌파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칠레공산당 출신으로는 최초로 큰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이전에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에서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자 권리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카스트 후보는 신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피노체트 군사정권에 대해 ‘재평가’를 주장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온 인물이다. 그의 가족 배경도 주목받고 있는데, 아버지는 독일 나치당원이며 형은 피노체트 정권에서 장관직을 수행한 바 있다. 카스트는 불법 이민자 추방, 교도소 신설, 리튬 산업의 민영화와 같은 강경한 공약을 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민 문제는 양 후보의 주된 현안으로 떠올랐다. NPR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불법 이민 통제와 해외 갱단과의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범죄조직인 ‘트렌 데 아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칠레 내 불법 이민 문제는 공공치안을 악화시키고 경제문제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는 극우 성향의 후보들도 다수 출마하여 시선을 끌고 있다. 요한네스 카이세르 후보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호를 차용한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하라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에서 우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카스트와 카이세르 후보는 국민들이 정권 연장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수 연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의 보리치 현 정권의 부진도 하라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통해 카스트 후보를 압도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삭감과 의회 반대로 인해 사회 개혁 공약의 이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에서 칠레 유권자들은 하원의원 155명과 상원의원 50명 중 23명도 함께 선출하였다. 만약 보수 정당들이 모두 승리할 경우, 이는 피노체트 정권 이후 처음으로 우파가 입법과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