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이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위반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273억 원(약 189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최고경영진에게도 징계가 내려졌다. FIU는 이 사건을 대규모 제재로 규정하며, 향후 적발 시 더욱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FIU는 지난해 10월 16일부터 29일까지 코빗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고객 신원확인(KYC), 거래 제한 의무, 위험평가 미실시 등 총 2만 2,000건에 달하는 AML 규정 위반 사례를 확인했다. 이 중 약 1만 2,800건은 고객의 신원을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하거나 불분명한 신분서류를 허용하거나, 주소가 누락된 계정을 승인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특히, 자금세탁 위험 등급이 상승한 고객에게 사전 검증 없이 거래를 승인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또한, 약 9,100건은 본인인증이 완료되지 않은 고객에게 거래를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거래소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AML 규정의 주요 요건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로 간주된다.
FIU는 또한 코빗이 한국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 3곳과 총 19건의 암호화폐 자산 이전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특정금융정보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이며, 글로벌 자금세탁 우려 측면에서도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더불어 NFT 관련 신규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면서 사전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사항도 655건에 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심각한 위반에 대해 FIU는 단순 과징금 외에도 경영진에 대한 문책 조치를 병행했다. 코빗의 대표이사에게는 공식 주의가, 자금세탁 방지 관련 책임자인 경우에는 견책이 내려졌다. FIU는 “이번 제재는 위반의 심각성을 반영한 결정으로, 가상자산 업계의 AML 역량을 강화하고 준법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며 앞으로도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기검사와 후속 제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제재 발표에 앞서 국내 대형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이 코빗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래에셋의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의 최대주주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분 인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빗의 지분은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약 60.5%, SK플래닛이 약 31.5%를 보유하고 있다. 전통금융이 규제 준수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에 진출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인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코빗이 국내 1세대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가졌던 위상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U의 강화된 감독 및 제재는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에 있어 비용 및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 이용자는 AML 대응 체계와 신원 확인 절차의 투명성을 더욱 중요시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등록 해외 플랫폼과의 거래는 심각한 리스크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규제를 준수하는 거래소의 가치가 한층 더 부각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