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닥 기업들은 실적과 상관없이 큰 적자를 보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행한 메자닌의 전환권 가치가 올라가면서 회계상 손실이 늘어나는 착시 효과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엘앤씨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3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1.3% 성장했으나, 순손실은 149억원에 달했다. 이는 영업으로 인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무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에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주가 급등으로 인해 그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파생상품 평가손실 155억원을 인식하게 됐다. 주가는 20.3% 상승하며 전환가액인 2만1200원을 웃돌았고, 최고 3만3250원까지 치솟았다.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어, 채권과 자본의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 조건이 고정된 경우 자본으로 분류하고, 주가에 따라 전환가액이 변경되는 리픽싱 조항이 붙은 경우에는 부채로 간주한다. 이러한 리픽싱 조건이 붙은 메자닌은 대체로 시장에서 발행되며, 이로 인해 기업의 손실이 늘어난다. 결산 시점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초과하면 기업은 더 비싼 주식을 발행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므로, 장부에 부채를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여 순이익이 축소되지만 이는 회계상 손실일 뿐 실제 현금 유출은 아니다.
올 상반기 전체 코스닥 상장사 중 28개 기업이 이러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인식했으며, 그 중 코아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코스닥 상장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8곳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9곳이 증가한 수치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메자닌을 일본과 같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는 배경에는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할 경우 투자자들도 주식으로 전환하여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수요가 많다.
에르코스는 상장 이후 주가가 두 배 상승하면서 평가손실이 자기자본의 10.27%에 해당하는 49억8000만원을 기록했으며, 더블유에스아이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주가 상승으로 24억원의 순손실을 경험했다.
이런 문제는 개별 기업을 넘어서 코스닥 전체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상장사의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8%, 9.05%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6.56% 감소했다. 이는 코스닥 지수가 올 상반기에 17.35% 상승하면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이다.
주가 상승으로 실제 전환이 이뤄질 경우 자본이 확충되어 부채비율이 개선되며, 이차전지 부품 제조사인 나인테크의 경우 이미 상반기 중 일부 CB가 주식으로 전환되어 부채비율이 121.3%에서 82.3%로 낮아지며 재무구조가 개선된 바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국제회계기준(IFRS) 하에 파생상품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글로벌 공통 원칙”이라며, “투자자들이 현금흐름과 회계상 손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기업가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